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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역사-(2)
작성자 명정보기술 등록일 2021. 06. 18


중국에서는 거북 껍질, 동물 뼈, 돌이나 옥() 등에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널리 사용된 기록 재료는 대나무나 나무였습니다. 대나무는 죽간(竹簡), 나무는 목독(木牘)이라 합니다. 죽간(竹簡)은 불에 구워서 사용했습니다. 불은 기름 성분을 없애서 글씨를 쓰기 쉽게 하고, 충해를 방지하여 보존이 잘 되도록 하는 지혜를 알았던 것입니다. 죽간은 세로로 나란히 배열하고 실로 묶어, 오늘날의 발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 이란 글자는 바로 대나무를 실로 묶은 모양의 상형문자입니다. 한자를 세로로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목독(木牘)은 관청에서 문서를 기록할 때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 고급스런 주요 간판을 나무로 하는 것은 초창기의 기록 전통이 그대로 유지되어 내려온 것입니다.

 

나무에 글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피가 크고 무겁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데, 비단을 사용하였습니다. 비단은 가볍고 글쓰기가 편하고, 운반과 보관이 용이합니다. 그러나 너무 비쌉니다. 그래서 황실이나 상류층이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비단에 기록한 문서를 백서(帛書)라고 합니다. 비단 백()()’()’이 합쳐진 글자로 원래는 하얀 천인 를 나타낸 글자였으나, 후에 비단으로 뜻이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정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하는 보고서도 백서(白書)라고 합니다. 이것은 영어의 whitepaper(흰 종이)를 번역한 말입니다. 기밀을 지켜야 하는 문서는 흑서(blackpaper)라고 합니다. 공공에게 투명하게 알리기 위한 것은 백서, 어둠에 가리워 열람이 어려운 문서는 흑서인가 봅니다.

 

중국 사람들은 대나무와 비단을 특히 좋아하는 민족 같습니다. 중국의 상징 동물은 판다입니다. 대나무를 먹고 삽니다. 중국 황실하면 비단에 드리운 권좌가 떠오릅니다. 좀 어려운 고사성어지만 수명죽백(垂名竹帛)을 보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려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자 각각을 보자. 드리울 수(), 이름 명(), 대 죽(), 비단 백()입니다. 문자 그대로 이름을 죽간과 비단에 드리운다로서,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도록 대나무와 비단에 새긴다는 뜻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알고 있지요. 유사 이래로 인류의 문명은 물에서 생겨났고, 발전된 문명을 후세에 남기고자 했습니다. 고대의 메소포타미아 문명(메소는 중간, 포타미아는 강이란 뜻, 메조소프라노는 중간 소프라노),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 황하강의 중국 문명 등 모든 문명을 일군 인류는 그 문명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길 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들이 남긴 유적과 글자를 통해 과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허드슨 강 뉴욕 맨해튼의 아메리카 문명, 한강의 기적 코리아 문명, 라인강의 기적 독일 문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문명이 파괴되지 않고 후대에도 지속되도록 백업하고 남기려고 합니다. 하늘아래 모든 것이 새롭지만, 자신을 남기려고 하는 욕구는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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