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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역사-(4)
작성자 명정보기술 등록일 2021. 07. 02


모방하면 부정적으로 보고, ‘창의성하면 열광적인 찬사를 보냅니다. 그런데, 모방과 창의성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창의성은 모방으로 시작하고, 여기에 개인의 특성과 열정이 추가되어 혁신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을 그대로 따라했다고 합니다. 가장 인기있는 개그맨이나 강사들은 성대모사의 달인이고, 흉내를 잘 냅니다.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익숙한 패턴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입니다.

 

인공지능에게 기존의 수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면 스스로 학습하여 데이터 속의 핵심 원리를 찾아냅니다. 최근 인공지능은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합니다. 창의성은 인간의 전유물인줄 알았는데 어느 면에서는 인간이 생각지 못한 것도 만들어서 인간을 놀라게 합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싸움으로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프로기사들을 당혹하게 하는 것은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없는 놀라운 수를 찾아냅니다. 그런데 그 기저를 이루는 원리는 모방입니다.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과거의 모든 데이터를 다 학습하여 모방하고 최적의 원리를 찾아냅니다. 인간이 따라 하기 힘든 이유는 모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미국과 일본의 기술을 배우면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하고자 하는 열정과 혼을 불어 넣어 혁신을 만든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백업된 지혜에 열정과 영혼을 바쳐 혁신을 일구어 냅니다. 고사성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이 맞다. 옛것을 익히고 배우면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됩니다. 초거대 기업가들이 인문학에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모방할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이지 않은 이유는 모방에서 시작하여 혼신의 힘을 다 하여 자신의 것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종이 제작 기술의 전래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아랍제국과 당나라의 전투였습니다. 서기 751년 당나라 군대는 오늘날의 키르기즈스탄(Kyrgyzstan)에 있는 탈라스 강에서 아랍-투르크 군대에게 크게 패하게 되는데, 이 전투의 많은 포로 중에 포함되었던 제지 기술공들이 아라비아인들에게 제지술을 전파하였다고 합니다. 이 종이 제지기술은 유럽에 널리 보급이 되어 후에 쿠텐베르크가 개발한 인쇄술과 결합하여 중세시대가 무너지고, 근대사회가 열리는 계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한지(韓紙)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채륜이 종이를 개량한 시기와 비슷하게 나름대로 창의적 방법으로 종이를 생산해 온 것을 추측하고 있습니다. 신라시대에 이미 중국에 종이가 수출되고, 예로부터 주변국가에까지 널리 알려졌습니다. ''을 주원료로 하여 만들어서 '닥종이'라고도 불린다. 닥종이는 그림, 글씨, 공예 등 다양한 용도로 우리의 정신문화를 표현하는 매체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한지 닥종이는 그 우수성이 천하제일입니다.

 

전통한지는 우리가 복사지로 사용하는 A4 용지에 강도가 200배나 강합니다. 한지에 옻칠을 하면 화살도 막을 수 있는 갑옷이 됩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종이는 시간이 흐르면 색깔이 변하고 흐물흐물해지지만, 한지는 그 보존력이 1000년 이상입니다. 한지는 우리 땅에서 나오는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리고 100번의 공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우리의 숨결과 생명력을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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